챔피언 기획 해설: 이블린
이블린의 옛 정체성은… 조금 이상했습니다. 이블린은 목표의 숨통을 공격하고 피가 새어 나오기도 전에 사라지는 뛰어난 그림자 암살자였지만, 설명할 수 없게도 피부는 푸른색을 띠고, 청부 살인자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빈약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죠. 게다가, 룬테라에서는 암살자로 활약했을지도 모르나, 실제 게임 속에서는 그런 식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이블린은 여전히 그림자 암살자입니다. 하지만 악마이기도 하죠. 서큐버스 악마입니다. 당신을 아주, 아주 행복하게 만든 다음… 당신을 베고 싶어합니다.
무수한 비명 속에서 태어나다
이블린은 빠르고 쉬운 목표는 원하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진정한 즐거움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냥감을 유인해서 기대감을 높이고, 흥분을 고통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블린은 정상이 아니죠,” 서사 작가 John “JohnODyin” O’Bryan가 말합니다. “이블린은 행복한 사람들을 먹고 삽니다. 그쪽이 얻을 게 더 많다고 생각하죠.”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사람은 더 떨어질 곳이 없으니, 이블린에게는 재미가 없겠죠?
이블린에게 빠르고 간단한 죽음은 충족감을 주지 않습니다. 그녀는 쾌락을 약속하며 목표를 유혹하고, 사냥감이 기쁨의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숨겨둔 의도를 밝히지 않습니다. 눈에 어른거리던 희망이 공포로 번지고 기대에 찬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통이 단지 육체적인 부분에 그친다면 이블린에게는 그다지 먹음직스럽지 않습니다,” 컨셉 아티스트 Gem “Lonewingy” Lim의 말입니다.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고통이 동반될 때 훨씬 만족스럽죠.”
이블린은 가져갈 것이 더 없을 때까지 먹잇감을 천 천 히 고문합니다. 하지만 가장 달콤한 살인마저도 그녀의 굶주림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몸에서 온기가 빠져나가자마자 이블린은 다음 목표를 물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사냥감에게 몰래 접근하며, 목표가 가장 취약할 순간에 그림자를 수족처럼 부리며 다시 인간의 형태를 취합니다. 이블린은 몇 세기에 걸쳐 여성의 외형을 더욱 완벽하게 가다듬었으며, 피해자가 늘어날 때마다 그녀가 가진 유혹의 기술도 함께 발전했죠.
이런 악마는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요? “저희는 이블린에게 고통을 가하는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JohnODyin의 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죠. 룬테라의 역사에 이런 악마가 태어날 만큼 고통이 만연했던 시기가 언제였을까요?” 답은 분명했습니다. 이블린은 가장 최근의 룬 전쟁에서 벌어졌던 엄청난 고통 속에서 태어난 겁니다. 룬테라인들의 거대한 상실과 고통은 어린 악마에게 충분한 양분이 되었으며, 그때부터 이블린은 그 감각을 쫓아 사냥감을 하나씩 먹어치웠습니다.
몰래 접근하고 유혹하기
이블린은 사냥감을 유혹하고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능력에 의존하는데요. 이를 위해 그녀의 인간 형태는 의도적으로 매력적인 모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섹시함을 척도로 삼을 때, 미스 포츈이 10/10이라면, 이블린은 11/10이 되어야 합니다. 그녀의 캐릭터 설정상 마땅한 점수입니다,” Lonewingy의 말입니다. 과장된 비율, 드라마틱한 포즈, 하이힐로 뛰어다니기 등, 이블린은 생물학적인 제한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초기에 개념을 잡는 단계에서부터 이블린에게 옷은 없었습니다. 음… 적어도 인간의 옷은 없었죠. 일단, 이블린은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낸 악마죠. 그러므로 그녀는 불편한 물리적인 옷을 입는 대신, 그림자를 이용해 옷을 모방합니다. 게다가, 이블린이 만약 인간의 옷을 입었다면 강력하고 가학적인 악마가 아닌 비키니를 입은 전형적인 여자의 모습으로 보일 것이 뻔했습니다. 이블린의 매력적인 외형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무기입니다.
이블린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그녀의 은신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는데요. 단순히 게임의 75% 동안 그녀의 모습을 반투명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죠. Lonewingy는 처음에 오싹하고 섬뜩한 디자인을 그려냈습니다. 거미 다리, 그림자가 틈새로 삐져나오는 깨진 피부, 눈이 없는 구멍 속 3개의 눈이 보이는 것 등이 있었죠. “그러다 저와 다른 팀원들은 플레이어들이 여전히 매력적인 서큐버스를 플레이하는 기분이 들도록 기괴한 부분을 덜어내는 것이 좋겠다는데 동의했습니다.” Lonewingy의 말입니다.
이블린의 은신 (또는 그림자 악마) 형태는 그녀의 본모습에 가깝지만, 실제 본모습은 아닙니다. 이는 그녀가 곧 장난감이 될 사냥감을 추적할 때 그림자 속에서 갖는 형태입니다. 이블린은 어둠 속에서 악마의 촉수나 뿔을 숨길 필요가 없죠. 그녀는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목표가 가장 취약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순간 아름다운 여자로 등장합니다. “이블린의 그림자 악마 형태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그림자 속 포식자의 느낌이 들도록 그리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Lonewingy의 말입니다.
내 쾌락, 네 고통
이블린의 스킬 구성 중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긴 은신 능력입니다. 해당 메커니즘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상당히 공평했지만, 적 정글러에게는 무척 답답했던 부분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위해서라도 이블린은 정글의 출입이 금지되었죠. 영구적인 은신은 여전히 많은 정글러와 이블린의 팬에게 무척 매력적이었기에, 사람들은 언제나 이블린을 이용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강타+부활을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그렇기에 이블린이 얼마나 약하고 강하든, 그녀가 정글에 남아 있으리라는 점은 분명했죠. “이것이야말로 플레이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었고, 저희는 모두에게 기분 좋은 방식으로 적용할 방법을 찾아내려 했습니다.” 게임 기획자 Stash “RiotStashu” Chelluck의 말입니다.
정글에서 영구 은신 능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글러의 위치를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작업 초기에 이블린의 은신 방식은 적에게 어떤 종류의 정보를 주는 것이었는데요. 저희가 고려했던 한 방식의 예를 들어보자면, 맵의 1/4을 가리는 구름을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구름은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이며, 모두가 미니맵에서 구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블린이 구름에 휩싸인 지역에 있다면 모습이 투명해지지만, 다른 곳에 있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메커니즘은 결국 이블린 플레이어에게 성가시고 따분하게 느껴집니다,” RiotStashu의 말입니다. “플레이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많았지만, 이에 상응할만한 만족스러운 대가는 분명하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정보전을 도입하는 대신, 이블린의 은신은 레벨 6까지 미뤄졌습니다. 덕분에 공격로의 플레이어들은 시야를 방어적으로 준비하거나 파밍 할 시간이 주어지고, 레벨 2에 투명한 이블린이 공격로에 나타날까 노심초사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죠. 하지만 이블린이 레벨 6이 되면, 어떤 정글러나 원거리 딜러도 그림자 악마의 추적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나머지 스킬은 긴 은신을 유지하는 암살자로서 타고난 힘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킬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블린의 W 스킬은 목표를 지정하며, 그녀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2.5초 내로 몸을 피하지 않으면 이블린이 공격함과 동시에 매혹됩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은 굉장히… 이블린처럼 느껴집니다. 그녀가 당신의 귀에 속삭일 때 당신의 화면은 분홍빛으로 물듭니다. 당신은 그녀가 강 쪽에서 오는지, 아니면 수풀에서 나오는지 궁금해하겠죠.
아니면, 이미 당신의 뒤에 서 있을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