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기획 해설: 아크샨
아크샨은 단순한 챔피언이 아닙니다.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고대 무기를 사용하며 밧줄을 타고 전투 속으로 뛰어드는 빛의 감시자입니다. 어떤 대가가 따르든 올곧은 길을 걸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미소까지 멋집니다.
참, 아크샨은 갈고리총과 은신 능력, 부활 능력까지 있는 중단 공격로 원거리 딜러라고 말씀드렸었나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해드릴 테니 걱정은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암살자
아크샨의 감미로운 눈빛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기 전에 우선 아크샨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크샨의 게임플레이는 건들건들한 떠돌이 암살자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개발했습니다. ‘저 순진한 럭스 플레이어의 삶을 생지옥으로 만들자’라는 사고방식의 플레이스타일에 맞는 챔피언, 은밀한 챔피언이 목표였습니다.
암살자의 힘은 상대가 반격할 수 있기 전에 공격하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이러한 힘은 아칼리의 장막처럼 자신을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게 해주는 능력, 파이크의 기절 스킬과 같은 군중 제어 능력, 탈론의 궁극기처럼 투명해지는 능력 등을 통해 발휘됩니다. 암살자는 권모술수에 능하며 적에게 폭발적인 피해를 입힌 후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릴라전을 장려하는 플레이스타일이 특징입니다. 떠돌이 암살자에 어울리는 스킬 구성을 기획하고 있었으니 은신은 당연한 선택 같았습니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은신 능력을 지닌 암살자는 딱히 참신하다고 볼 수 없어서 ‘어떻게 하면 아크샨을 차별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해답은 게임 기획을 통해서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는 메타를 지켜보면서 얻게 되었습니다.
게임 기획 리드 지븐 “Jag” 시두 님은 “원거리 딜러가 중단 공격로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프로 경기뿐만 아니라 일반 게임에서도 오래전부터 보였지만, 중단 공격로에 안성맞춤인 듯한 원거리 딜러는 없었습니다. 군중 제어 능력, 대상에게 접근하는 능력 등 중단 공격로를 위해 기획된 챔피언이라면 지녀야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특색 있는 암살자 같으면서 확실히 원거리 딜러 같기도 하지만... 중단 공격로에서 활약하는 챔피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위치 선정은 원거리 딜러는 물론 암살자로 플레이할 때도 매우 중요합니다. 암살자는 허를 찔러 말랑말랑한 캐리를 끝장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육중한 전방 챔피언 앞에서 장난감이 되어버린 단검으로 어설프게 콕콕 찔러대는 상황은 피해야 하죠. 원거리 딜러로 플레이할 때는 모두가 노리는 ‘말랑말랑한 캐리’가 곧 자신이니 한 번만 헛디뎌도 즉사할 수 있습니다. 아크샨은 암살자인 동시에 원거리 딜러이기 때문에 전투 시 위치 선정을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화려하고 엄청나게 멋지며 세련된 게임플레이로 이어졌습니다.
Jag 님은 “아크샨을 통해 남아시아 문화를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저는 남아시아 문화에서 자랐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가 발리우드 영화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은 화려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과장된 액션과 극적인 요소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챔피언 특유의 이동기가 큰 매력으로 다가오며 챔피언을 기획할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이동 방식을 만드는 데 약간 중점을 두고 작업합니다. 아크샨을 담당한 서사 작가 데이비드 “Interlocutioner” 슬래글 님과 저는 초반에 밧줄을 힘의 원천으로 삼는 방향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계철선과 함정 등을 살펴봤지만,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갈고리는 확실히 좋았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한편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아크샨은 어떤 사람일까요? 은신 능력과 갈고리총이 있는데 왜 정면충돌을 불사할까요? 어쩌다가 이러한 사람이 되었을까요?
규칙은 어기라고 있는 것입니다
암살자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챔피언은 xX그림ㅈr암살ㅈrXx 느낌의 과도하게 진지한 암살자, 정이 너무 많은 서큐버스, 악마 광대, 이상한 물고기 같은 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 아크샨과 어울리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타고 전투 속으로 뛰어들잖아요. 뭔가... 더 멋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기획자 글렌 “Riot Twin Enso” 앤더슨 님은 “본격적으로 아크샨의 게임플레이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을 때 아크샨은 건들건들하면서 매력이 넘치는 성격이라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런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갈고리총으로 창문을 깨부수며 진입한 후 파쿠르 기술을 선보인 다음 악당의 면상에 총을 갈겨주겠죠. 아크샨의 게임플레이와 너무나도 잘 맞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아크샨은 이즈리얼과 다르게 자만하지는 않습니다. 관심을 갈망하며 자신의 선행을 자랑하지 않고 조용하게 처리한 뒤 윙크를 날려줄 성격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아크샨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남자일 뿐만 아니라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뼛속까지 반체제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졌습니다. 그 체제가 추앙받는 고대 조직인 빛의 감시단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선임 컨셉 아티스트 저스틴 “Riot Earp” 앨버즈 님은 “처음부터 아크샨을 빛의 감시자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빛의 감시자일지라도 규칙을 무시하는 아크샨의 성격이 드러나야 했습니다. 아크샨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반영된 독특한 옷을 입습니다. 자신의 본모습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해 정의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사용하는 무기조차도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고대 감시단 무기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전투 방식에 맞게 개조했습니다. 다른 감시자들이 경외하는 무기라는 사실은 아크샨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크샨은 맥가이버처럼 무기에 갈고리를 달아버렸죠”라고 말합니다.
에스벤 라스무센 님의 일러스트 시안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사람은 없으며 아크샨의 이글거리는 눈빛 뒤에는 아픔이 있습니다. 아크샨은 역경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습니다. 엄청난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에 이른 자신을 무너뜨릴 뻔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상실을 겪었습니다.
아크샨은 슈리마의 마을에서 거리의 부랑아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아크샨은 부당한 일을 한 사람이라면 무섭기 짝이 없는 군벌이라도 개의치 않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상대를 잘못 건드립니다.
아크샨은 구타를 당한 뒤 죽으라고 거리에 내버려지며 죽음의 달콤한 포옹에 굴복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샤디아라는 선량한 여자가 가공할 위력을 지닌 무기로 어린 아크샨을 부활시킵니다. 그녀는 결국 아크샨의 스승이 되고 아크샨이 빛의 감시단에 합류해 신념을 좋은 일에 쓸 수 있도록 아크샨을 훈련합니다.
둘은 슈리마를 횡단하며 고대 감시자 무기를 모읍니다. 아시다시피 언젠가 귀환할 비에고에게 맞서고 선과 악, 빛과 어둠의 마지막 결전을 대비하기 위함이죠. 여기까지는 특이사항이 없습니다. 하지만 샤디아가 살해되며 순식간에 모든 일이 좌초됩니다. 과거에 자신을 살린 무기를 챙긴 아크샨은 다가오는 대몰락을 막아야 한다는 스승의 말을 완전히 잊습니다. 아크샨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복수뿐입니다.
수석 서사 작가 존 “JohnODyin” 오브라이언 님은 “복수자와 영웅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개발하는 도중 아크샨의 성격을 약간 조정했는데 악한 쪽으로 너무 기울어서 선한 면이 사라졌던 때가 몇 번 있었습니다. 한때는 응원하기 싫어지는 성격이 되기도 했어요. 결국에는 도덕적으로 중립에 있는 성격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도덕 관념과 선한 동기를 지녔기 때문에 자신이 뒤쫓는 남자 같은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아크샨의 성격을 빚어내는 과정에서 독기와 정의감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이 핵심이었습니다. 자칫하면 누군가와 비슷하게 되었을 수도 있으니 특히 중요했죠...
상의를 실종한 두 남자
아크샨과 비에고는 닮았습니다. 두 남자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두 남자 모두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겠다는 다짐이 삶의 원동력입니다. 두 남자의 차이는 살면서 내린 선택입니다.
비에고는 한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 철없는 왕자였습니다. 아크샨은 부당함에 맞서다가 말 그대로 죽도록 구타당한 부랑아였습니다. 비에고는 자신의 슬픔과 이기심을 못 이기고 수천 명을 죽였습니다. 아크샨은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빛의 감시자 훈련을 받았습니다. 비에고는 세상을 파괴하고자 하며 아크샨은 세상을 구해야만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비주얼 노벨이 아니라 MOBA입니다. 따라서 두 남자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구체화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든 게임에서 드러나지 않으면 모두 무의미합니다.
Jag 님은 “아크샨이 중단 공격로 원거리 딜러라는 점을 생각하니 게임에서 그러한 상대를 만났을 때 얼마나 싫은지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단 공격로에서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성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원거리 딜러가 2레벨 때 상대를 처치하고 스노우볼을 굴려 게임을 캐리해 모든 공을 독차지하거나... 뒤처진 후 무용지물이 됩니다. 마법사처럼 군중 제어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장하기까지 더 오래 걸립니다. 간단히 말해 단독 라인의 원거리 딜러는 팀원의 게임 경험을 망칠 수 있습니다. 아크샨은 그런 챔피언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플레이어들에게 협력은 재미있고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챔피언을 만드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크샨이 어떤 사람인지 고려하면 아크샨에게 잘 어울리는 특징이죠”라고 말합니다.
아크샨은 대상에게 접근하는 능력이 독보적입니다. 이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의 답이 되었습니다. 그 질문은 ‘아크샨은 누구를 노릴까?’였습니다.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듯했습니다. 아크샨은 나쁜 놈들을 쫓습니다. 살인자, 악당 등이죠. 하지만 누군가를 처단하면 보상이 따라야 합니다. 아군을 아끼는 아크샨의 마음이 드러나는 보상이어야 했습니다. 만약... 아군을 되살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Riot Earp 님은 “아크샨의 힘은 대부분 무기와... 무기의 개조된 부분에서 나옵니다. 아크샨을 시각적으로 단순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저 ‘도구가 많은 챔피언’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갈고리와 부메랑을 무기에 합쳤습니다. 이는 무기의 중요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문제가 없는 부활 능력을 만들기란 까다롭습니다. 스킬 구성의 다른 부분에서 위력을 포기해야만 추가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기 때문에 특히 어렵습니다. 챔피언이 군중 제어기나 이동기 혹은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다른 부분에서 위력을 빼야 합니다. 전사한 아군을 되살릴 수 있는 아크샨은 대가로 실질적인 전투력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게임 내에서 아크샨의 위력은 오로지 폭발적인 피해를 입히는 데 국한됩니다. 전방에서 후방으로 진행되는 팀 전투에서 꾸준히 피해를 입히는 전통적인 원거리 딜러의 전투 방식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많은 암살자와 다르게 아크샨은 둔화 능력이나 군중 제어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크샨이 팀 전투에 기여하는 바는 똑같이 강력합니다. 게다가 궁지에 몰렸을 때 미소가 아름다운 매력적인 청년이 구해주는 걸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선임 시각 효과 아티스트 켈빈 “Riot Faybao” 후인 님이 만든 아크샨의 아군 부활 시각 효과
아크샨은 방금 쿼드라 킬을 올린 적 비에고와 같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는 강적에게 아군들이 사방에서 처치당하고 있을 때 가장 강합니다. 이러한 순간에 아크샨은 잡념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운명을 따라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JohnODyin 님은 “아크샨의 부활 능력은 아크샨이 어떤 사람인지뿐만 아니라 아크샨의 성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크샨은 샤디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군을 부활시키는 데 사용하는 무기를 가져갔습니다. 감시단의 규칙에 개의치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신의 결정이 초래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자 샤디아의 죽음에 대해 복수를 하기보다 샤디아의 생애를 기려야 함을 깨닫습니다. 복수심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깨달은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