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기획 해설: 레나타 글라스크
레나타 글라스크가 실존 인물이었다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한편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에 자신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했을 겁니다. 하지만 레나타가 현실 세상에 없어 다행입니다. 이미 그런 인물은 충분하거든요.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에서 레나타 글라스크는 화공 남작입니다. 자운의 빈민을 구하면서도 동시에 이들의 목을 졸라 생명을 앗아가는 자본가죠. 사악한 보조술사인 레나타는 자신의 뜻대로 적을 움직이고 아군을 “강화(라고 쓰고 ‘자신의 뜻대로 조종’이라고 읽음)”하는 강력한 화학공학 기술을 사용합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자운의 지하동굴에서 자란 여자아이가 무엇을 더 바랄까요?
지원에는 대가가 따른다
현재 강화형 보조술사 챔피언진은 부끄러움 타는 소녀, 허우대만 멀쩡한 멋쟁이 청년, 미친듯이 깔깔대는 요들과 요정 콤비, 그리고 고양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이크처럼 날카롭고 강렬한 챔피언을 사랑하는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보조술사는 없는 걸까요?
블레이크 “Squad5” 스미스 게임 디자이너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저희는 개발 과정의 꽤나 초반부터 어둠의 보조술사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저는 아군을 보호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보조술사의 특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후 두 특징에서 사악한 성격을 조금 더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죠.”
표면적으로 생각하면 사악한 보조술사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치유하고, 보호막을 씌우고, 강화하는 능력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이 가진 힘의 일부를 아군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이타적 성격을 가지고 있죠. 적 챔피언을 처치해서 라바돈의 죽음모자를 사고 싶어하는 마법사 서포터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강화형 보조술사의 특징에 악의적 성격을 가미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힘에 따르는 대가, 적을 조종하기, 아군이 죽은 후에도 싸울 수 있게 하기. Squad5 게임 디자이너는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사악한 보조술사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저는 레나타가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기 전부터 게임플레이 체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챔피언 개발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지만 처음부터 게임플레이 특징이 뚜렷했기 때문에 어떤 스킬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명확했습니다. 레나타의 궁극기는 말 그대로 적들이 서로 싸우게 합니다. 도발 효과를 약간 변형시켰죠. 레나타는 적이 같은 팀을 공격하도록 도발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게다가 레나타는 공격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어서 적이 같은 팀을 공격할 때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게 합니다. 적의 힘을 이용해 적을 공격한다는 점이 바로 레나타의 매력이죠. 그래서 저는 이 스킬을 가장 좋아하게 됐습니다.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 없는 방식으로 보조술사를 해석했기 때문이죠.” Squad5 게임 디자이너의 설명입니다.
모든 보조술사에게는 무기가 필요합니다. 써니 “Kindlejack” 팬디타 선임 콘셉트 아티스트는 보조술사가 주로 사용하는 무기를 살펴보다가 다양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바람의 지팡이, 물의 지팡이, 마법의 지팡이 등 지팡이가 아주 많았던 거죠. 하지만 지팡이는 두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크기가 크다는 점과 다양하게 활용된다는 점이죠.
“레나타의 무기 디자인을 수백 장은 그렸을 거예요.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죽음에 면역으로 만들고, 적에게 피해를 주고, 아군에게 보호막을 씌우고, 적이 같은 팀을 공격하게 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활용범위가 넓었죠. 또한 레나타는 보조술사이기 때문에 의료와 관련된 요소도 약간은 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사기, 기괴한 화학 탱크, 심지어 기관총까지도 시도해 봤습니다. 하지만 결국 의학을 상징하는 뱀이 그려진 카두세우스 지팡이가 주는 느낌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Kindlejack 님의 설명입니다.
무기를 결정하고 나서 저희 팀은 Squad5 님이 설계한 사악한 스킬을 갖춘 자신만만한 챔피언을 디자인하는 비교적 쉬운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세상에 어떤 악당도 사용할 수 없을 법한 스킬이죠.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다양한 모습의 악당이 있습니다. 만화에 나올 것 같은 악의 작은 지배자와 비탄과 상실감에 젖어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분노의 화신을 비롯해 다른 이들을 먹어치우거나 고통을 안겨주는 등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을 다양한 악마들이 등장하죠. 하지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악당은 아직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모두 첫 이별의 고통과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그 고통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힘들어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장이 차갑게 식어버린 가슴으로 검은 안개를 만들어 대몰락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조금 더 현실과 가까운 챔피언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현대적인 요소가 조금 더 많은 챔피언 말이에요.
후기 자본주의의 특징
CEO, 사업가,
자운 빈민가 출신.
레나타, 레나타 글라스크.
자본주의의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혼자서 맨손으로 시작해 사회경제적 사다리를 올라 거대 기업을 이룩하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달성한 기업에서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짓밟고, 환경을 파괴하며, 탈세를 저지르는 것뿐이겠죠. 멋지지 않나요!
기업의 악행은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는데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에는 아직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너무 현실적이라는 거죠. 드래곤, 악마, 마법으로 가득한 세계에 존재하는 동시에 기업의 악행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챔피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는 이미 신규 챔피언의 핵심 스킬을 결정했고 도덕적으로 악당까지는 아닐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악당이라는 것도 정했으며 이제 부유한 사업가라는 특징까지 더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챔피언은 룬테라 어느 지역 출신이고 어떤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자운과 필트오버는 룬테라에서도 개성이 뚜렷합니다. 자운과 필트오버 모두 진보, 기술, 그리고 불평등이 만연한 도시죠. 그동안 많은 캐릭터를 통해 두 도시의 모습과 하위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인물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요.
저희 팀이 만들려는 게임플레이, 성격, 그리고 원형에 적합한 캐릭터 유형에 대해 생각하면서 실코가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 팀 리드인 라이언 “Reav3” 미렐리스 님이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실코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등장할 계획이 없습니다.
Reav3 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희는 아이디어 개발 단계 극초반에 실코를 고민했지만 실코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의 캐릭터는 작중 징크스, 케이틀린, 바이를 포함해 대부분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기에는 복장의 개성이 부족하고 인물 성격도 비교적 차분하죠. 아케인에는 정말 잘 어울리는 설정입니다. 작중 분위기가 차분하고 캐릭터들이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요구되는 조건은 아닙니다. 챔피언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고, 독특한 개성을 가지며, 힘의 원천이 명확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실코를 보강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실코만의 매력이 사라집니다. 아케인에서 매력을 한껏 발산했던 캐릭터를 해치게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결국 다른 방향을 취했습니다.”
자운은 화공 남작들이 지배합니다. 자운에서 가장 취약한 시민들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범죄집단의 두목이죠. 화공 남작은 무자비하고, 교활하며, 힘에 굶주려 있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했죠.
데이나 루어리 “griddlebones” 쇼 서사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레나타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해 생각하니 다른 사람을 아주 능숙하게 조종하는 인물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을 자신의 명령에 따르게 할 수 있고,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며, 적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이죠. 저는 범죄집단의 우두머리를 떠올렸고, 저희는 많은 시간을 들여 조직범죄집단 두목을 조사했습니다.”
griddlebones 님은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무슨 20대 또는 30대밖에 안 된 범죄집단 두목에게 이런 능력이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레나타와 마찬가지로 많은 범죄집단 두목은 정당한 사업가로 보이고 싶어하며 이를 위해 주변 사람을 희생시키기도 하죠. 그렇다면 정당한 사업가이면서 주변 사람들을 희생시키기도 하는 인물이 있다면 어떨까요? 레나타의 성격적 특징을 만드는 작업은 이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레나타의 재력은 너무나도 인류애가 넘쳤던 자운 연금술사인 부모님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입니다. 레나타의 부모님은 빈민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줬고, 치료비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레나타는 밤마다 춥고, 굶주리고, 속상해하며 잠에 들었죠. 레나타가 자라서 부모님의 뜻을 이어받아 자운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거대 기업을 이룩하기로 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현실 세계의 CEO나 임원과는 달리, 레나타 글라스크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화학물질로 인한 재난이 일어난 후 자운 시민들에게 호흡기를 기부했지만 그건 사업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었죠.
화학공학에도 품격이 있다
레나타는 모든 면에서 상류층의 분위기가 나야 합니다. 레나타가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남몰래 지향점으로 삼는 필트오버 상류층들처럼 말이죠. 레나타의 흰색 의복은 자운의 지저분한 모습과 대비되어 뚜렷이 눈에 띄며 세 개의 총열이 있는 레나타만의 특별한 연발 권총은 아름답고 호화롭습니다. 레나타 글라스크는 맞춤 생산되고, 우아하며, 값비싼 것만을 몸에 지닙니다. 누군가를 처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까지도 말이죠.
의수나 의족은 자운에서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많은 자운 시민들은 지독한 환경에서 일하며 끔찍한 사고의 희생자가 되어 충격적인 부상을 입은 채 살아가거나 그보다 나쁜 상태에 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레나타는 의수를 조금 더… 실용적으로 해석합니다.
레나타의 의수 안에는 자신이 만든 화공 “약품”이 들어있는 여러 파이프와 주사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레나타는 의수를 뻗어 물건을 집거나, 손가락을 조종해 맞춤 제작된 열쇠를 만들거나, 필요하다면 감히 자신에게 대항하는 자들에게 치명적인 화학 혼합물을 던지는 등 원하는 대로 의수를 강화 장치로서 제어할 수 있습니다. 레나타 글라스크의 손에 목숨을 맡길 정도로 용감한 사람이라면 그녀의 손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것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Kindlejack 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는 모든 캐릭터 디자인 요소에 과거에 사용했던 부분을 활용해 캐릭터가 세계관과 이어지는 접점을 만들어 주려고 했습니다. 레나타의 의수는 오리아나의 디자인을 참고했죠. 같은 사람이 레나타의 의수를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다른 많은 자운 챔피언에서 볼 수 있는 비교적 실용적이거나 산업적인 스타일과는 달리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에 집중하는 기술자가 만든 것은 틀림없을 겁니다. 배색도 징크스나 문도 등 챔피언에 사용된 색상의 보색으로 구성했습니다.
겉모습은 아름답고 품격이 높아 보이지만 레나타 글라스크는 언제나 자운에서 공포를 자아내는 전능한 인물이 되려고 합니다. 게다가 최상급 엘누크 모직물을 사용한 의복을 입은 사람이라면 레나타가 발산하고 싶어하는 “나를 거스르면 넌 끝장이야”라는 분위기를 일부러 암시할 필요도 없겠죠.
Kindlejack 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우르곳이나 빅토르 등 다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의 마스크를 살펴보고 자운의 기술자들이 스타일이나 기술을 공유할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자운과 동떨어진 분위기는 원하지 않았지만 품질이 더 높다는 느낌을 꼭 주고 싶었죠. 레나타가 상품 목록 같은 것을 보고 선택하지는 않았겠지만 디자인을 맡기기 위해 고용한 전문 기술자가 빅토르와 기록을 공유할 수도 있었겠죠. 아니면 기술자 단체에 있던 누군가가 탈퇴한 후 감옥에 갇혀서 우르곳의 마스크를 디자인했을 수도 있고요.”
레나타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가 있다면… 마스크가 위압감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필트오버를 방문할 때 구역질 날 정도로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레나타는 마스크가 없어도 생존할 수 있지만 화공 물질을 조금씩 흡입하는 데에 마스크가 필요합니다. 아래쪽으로 꼽은 카트리지가 천식 환자용 흡입기처럼 작용해서 레나타에게 필트오버와 자운의 최고급 약제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거죠.
글라스크 산업은 영원하다
태양 관문을 차지하고 필트오버와 자운, 그리고 룬테라의 모든 무역을 장악하려는 야망을 가진 자본주의가 낳은 여걸, 레나타 글라스크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레나타는 정말 이걸로 만족하는 걸까요?
Griddlebones 님은 웃으며 말합니다. “영원히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레나타는 목표를 달성하면 언제나 더 큰 꿈을 추구하겠죠. 승용차를 우주로 발사하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적어도 제가 볼 때는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지금 가진 이익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성과도 같습니다. 엄청나게 더 많은 것을 끝없이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게 레나타입니다. 레나타는 야망과 탐욕을 끝없이 탐식하는 밑빠진 독입니다. 레나타라면 ‘좋아. 이제 용병을 고용해서 녹서스를 접수할 수 있을 것 같군. 혹시 모르잖아? 오늘은 목요일인데’라고 말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