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게임플레이에 대한 단상 - 1
이번 주에는 예정된 작업이나 게임의 현 상태 대신 대처법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대처법은 챔피언 게임플레이 기획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입니다. 예전부터 단상을 읽어 오신 분이라면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겠지만, 대처법이란 주제를 한동안 다루지 않은 만큼 입문자를 위해 대처법에 관한 생각을 공유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챔피언별 대처법
대처법은 저희의 핵심 가치이며 ‘적의 위협을 완화하거나 제압하는 데 효과적인 행동, 선택, 전략’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대처법은 기획 철학에서 수년 동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으며 효과적으로 적용되어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개선된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대처법이라는 게임 기획 원칙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공정성: 이해하기 쉬우면서 명확하고 효과적인 대처가 존재하면 플레이어나 팀의 실력이 이러한 대처법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수준에 아직 못 미치더라도 게임이 불리하게 흘러가거나 사망했을 때 드는 좌절감이 크게 줄어듭니다. 대처 여지는 그저 게임에 부당하게 당했다는 느낌을 안겨 주기보다는 어떤 식으로 대응했으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줌으로써 플레이어의 성장에 기여합니다. (게임 기획에서 흔히 ‘통제력’이라고 부르는 개념입니다.)
- 깊이: 챔피언을 기획할 때 대처의 여지가 있게 하면 플레이 경험의 깊이가 대폭 확대됩니다. 그러면 전투 시 ‘누가 먼저 쏘는지’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지 않고 손놀림과 두뇌 회전을 겨루는 공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챔피언은 명확한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어서 상대방이 전략적 차원뿐만 아니라 전투 시 전술적 차원에서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처 여지의 형태는 다양하며 챔피언마다 특유의 강점과 약점에 알맞게 약간씩 다른 대처법이 존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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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적 대처법: 순간순간 챔피언의 스킬이나 연계기에 대응할 기회를 의미합니다.
- 대표적인 예시: 스킬샷 회피, 정신 집중 방해, 방어 능력 발동 전 긴 충전 시간, 아군이나 미니언 뒤에 자리를 잡아 공격을 막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 블리츠크랭크의 Q - 로켓 손, 애쉬의 R - 마법의 수정화살, 사이온의 Q - 대량 학살 강타 등 결정적인 순간이나 연계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망 선고와 같은 스킬에는 반드시 전술적 대처 여지가 있어야 합니다.
전술적 대처법은 (이동기 또는 면역 스킬 등 특정 챔피언 스킬과 결부되지 않고) 보편적으로 활용 가능할 때 가장 좋습니다. 그러면 누구나 강력한 스킬에 대처할 기회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처 여지가 너무 과도해도 문제입니다. 모든 스킬에 전술적 대처법이 존재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대처 여지가 과도하면 거추장스럽거나 스킬 구성의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높다고 느껴질 위험이 있습니다.
영향력과 대처 여지는 보통 비례해야 좋습니다. 스킬의 효과가 강하면 대처 여지도 더 커야 합니다. (화살이 오래 날아갈수록 기절 시간뿐만 아니라 상대가 회피할 시간도 늘어나는 애쉬의 R - 마법의 수정화살처럼 효과와 대처 여지 둘 다 큰 스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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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대처법: 전투 중 활용되는 전술적 대처법과 다르게 전투에서 벗어나 있을 때 보통 팀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유형의 대처법입니다.
- 대표적인 예시: 상대방에게 대처하기 위한 아이템 구매, 초반에 약한 정글러를 상대할 때 적 정글에 침투, 암살자를 상대하기 위해 집결, 기습을 피하기 위해 망원형 개조 사용, 미니언 무리 처리 능력이 약한 챔피언의 공격로를 미는 플레이 등이 있습니다.
전략적 대처법은 (이블린에게 대처하기 위해 제어 와드를 구매하는 등) 상대편 챔피언의 특정 능력과 결부될 때도 있지만, 스플릿 푸시 또는 후반 급성장 등 그 챔피언의 거시적인 목표에 대응하는 방식의 일부일 때가 더 많습니다.
전략적 대처법은 전투 중 실행력 위주의 대처법보다는 상황에 맞게 전투를 설계하는(혹은 피하는) 유형의 대처법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해하고 진가를 알아보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훌륭한 전략적 플레이를 부각하는 신호를 추가하면 더 많은 플레이어가 전략적 대처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좋은 예시로는 핑 기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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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별 약점: 특정 챔피언을 상대할 때 활용하면 효과적일 가능성이 큰 성질, 챔피언 역할군, 팀 차원의 전략을 의미합니다.
- 대표적인 예시: 기동력이 낮은 제라스는 기동력이 높은 암살자에게 약하고 키아나의 폭발적인 피해는 탱커를 상대하기에 부족하며 나서스는 기동력을 갖춘 원거리 챔피언에게 카이팅을 당합니다.
- 이러한 약점은 중간 정도의 불리함으로 이어져야 하며 절대적인 상성으로 이어지면 안 됩니다. 유리하거나 불리한 입장에서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다양성은 (경쟁 조건이 언제나 완벽하게 공평한 경우와 비교할 때) 모든 게임이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상성에서 밀릴 때 승리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면 플레이어의 통제력이 지나치게 낮아집니다.
- 대표적인 예시: 기동력이 낮은 제라스는 기동력이 높은 암살자에게 약하고 키아나의 폭발적인 피해는 탱커를 상대하기에 부족하며 나서스는 기동력을 갖춘 원거리 챔피언에게 카이팅을 당합니다.
챔피언을 기획할 때 어떠한 대처 여지가 있어야 적절할지 찾는 과정은 매번 다르지만, 챔피언의 장점을 위주로 기획하면 보통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케인은 게임 후반에 거의 신적인 존재로 변해야 하는 챔피언입니다. 따라서 케인을 게임 초반에 전략적으로 약하게 만들고 후반에 강력해진 상태라도 W - 몰아치는 낫에 전술적으로 대처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도록 했습니다.
진은 최고 수준의 군중 제어와 피해량이라는 능력을 장거리에서 발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는 능력을 낮춰 탱킹 능력이 매우 강한 팀을 상대할 때 명확한 약점이 드러나야 마땅합니다. 진의 엄청난 사거리에는 명확한 전술적 대처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W - 살상연희 및 R - 커튼 콜에는 회피하거나 효과를 완화할 기회가 따릅니다.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흥미로우셨기를 바라며 플레이어 여러분이 대처법 기획 철학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저희에게서 높은 수준을 기대해주시고 리그 오브 레전드가 나날이 발전하는 데 기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주시는 플레이어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